물가안정이냐 지방재정 확보냐 … 정부·지자체 '충돌'
교통요금 인상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의 정면 충돌은 ‘물가 안정’과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품목별로 공무원 실명제까지 도입한 재정부와 복지 지출 확대 및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야기된 재정 악화를 차단해야 하는 지자체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부, 공공요금 연쇄 인상 차단

재정부는 서울시와 같은 ‘단독 플레이’가 재발되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쓰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에는 재정 지원에 차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부’만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물가안정이냐 지방재정 확보냐 … 정부·지자체 '충돌'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무임승차 손실 등의 보전을 위해 8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서울시 요청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서울시마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린다면 나라살림의 뿌리가 흔들리고 지방자치가 흔들릴 수 있다”며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이나 지방채 발행 한도를 통해 지자체들에 인센티브나 벌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도 이날 열린 시·도 경제협의회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면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분산시켜달라”고 당부했다.

◆복지확대로 지방재정은 거덜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은 고려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무상보육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절반씩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가 생색만 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 노원구의 경우 올해 전체 예산 4223억원 중 복지 예산이 2203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말 국회가 통과시킨 ‘0~2세 보육료 지원’ 사업은 예산이 없어 진행이 어려운 형편이다. 고희철 노원구 기획예산과장은 “구의 재정 자립도가 22.7%”라며 “국비 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 규모는 2010년 149조7000억원, 작년 141조4000억원으로 2년 연속 전년 대비 각각 4.4%와 5.9% 줄었다.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지방세수가 줄어든 결과다. 지자체 예산에서 자체수입(지방세 및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56.7%에서 지난해에는 51.9%로 떨어졌다.

◆지방재정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송준헌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관할 부처인 복지부도 모르게 국회와 재정부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갑자기 주요 복지사업 확대를 결정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태 행안부 지방예산팀장은 “국회 입법으로 시작하는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방재정 악화의 1차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만 중앙정부도 관리 미숙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서욱진/이호기 기자 venture@hankyung.com